영화제 / 기획전
[제1회 모모 에피파니 영화제 후기] 8강 공명의 조건 : 마주침과 환대의 상상력(손희정 문화평론가)



일시: 2019년 6월 26일
장소: 아트하우스 모모 1관
강연자: 손희정 문화평론가
주제: 공명의 조건, 마주침과 환대의 상상력
‘모든 게 마술 같아서 슬플 일은 없지’ 황량한 사막 속, 홀로 자리 잡은 바그다드 카페, 그리고 그곳에서 이루어진 마법 같은 만남.서로 다른 이들이 두 손을 맞잡는 순간, 그들의 세계는 수천 개의 색깔로 칠해진다.
이번 제1회 모모 에피파니 영화제에서 손희정 문화평론가가 영화<바그다드 카페>를 바탕으로<공명의 조건: 마주침과 환대의 상상력>이란 강연을 진행했다. 사막 한복판의 바그다드 카페를 운영하고 있던 브렌다가 독일에서 온 야스민이라는 낯선 존재를 마주한다는, 간략하게 말하자면 한없이 간략한 영화를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2019년 한국이 마주하고 있는 낯선 존재들과 연결지어 설명했다.
영화란 에피파니 그 자체이다. 영화는 에피파니의 순간을 마련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의이면을 넘어 억압과 차이를 대면하게 하며, 세상을 바꿀 것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연대’의 조건은 낯선 존재와의 공명인데 환대는 이를 가능케 한다. 이 환대를 위해서는 또한 낯선 존재들과의 조우가 필요한데, 영화 자체는 이 조우가 되어주며 브렌다가 야스민을 만났듯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이런 관계들과 마주한다.
퀴어, 난민 등 한국에 ‘나타난’ 낯선 존재들을 환대하지 못하는 이유는 환대를 곧 자신의 것을 타인에게 내어주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대란 자신의 방을 내어주는 것이 아닌, 타인이 그만의 방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환대란 자아와 타자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의 방이 없는 사람은 타인을 환대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을 마냥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타인을 환대할 수 있는 조건을, 선해질 수 있는 조건을 사회에 요구해야 한다. 흑인 여성의 전형으로 밋밋하게 표현되던 브렌다는 야스민을 통해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어간다. 사막 한 가운데 있다는 점 빼고는 특징 없던 바그다드 카페는 브렌다와 야스민의 장소로 변해간다. 낯선 존재들은 우리를 갉아먹는 기생충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다양하게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강연은 김인선 선생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끝났는데, 김인선 선생님은 독일에서 이종문화간 호스피스를 운영하고 계시는 한국계 독일인이다. 김인선 선생님이 활동하고 있는 호스피스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이주민들이 자신의 문화에 맞추어 돌보아질 수 있도록 하는 곳인데, <바그다드 카페>에서 말하는 환대와 닮아있다. 사람들이 각자의 방을 가지며 타인의 방 또한 존중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강연이었다.
해당 강연을 진행한 임승은 모더레이터는 “손희정 문화평론가님이 툭 내뱉으신 한 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영화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에피파니의 순간 그 자체인 영화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평론가님, 그리고 수많은 관객분들과 함께‘에피파니’의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즐거웠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사회: 임승은모모 큐레이터
사진: 최지수모모 큐레이터
글: 최지수모모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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